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는 데는 여야가 거의 합의를 했지만 (제정안에 따른) 피해가 더 크면 안 되는 만큼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김영란법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적 결함이 계속 발견됐다"며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용기 있고 솔직하게 설명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공직자의 부정부패 관행 근절 방안과 관련해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등 떠밀리듯 심사에 나선 것을 새누리당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실제 김영란법은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된 후 동양증권 사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에 밀려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그나마 4월 임시국회 말미에 한 차례 상정됐지만 불과 30분 정도 논의되는 데 그쳤다.
여권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 법안으로 김영란법을 지목하면서부터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원회 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일제히 김영란법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하며 여론몰이를 했고 예정에 없던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새누리당의 주도로 두 차례 개최됐다.
그러나 다급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야는 주요 쟁점사항만을 확인한 채 김영란법에 대한 1차 심사를 마무리했다. 정무위 내부에서도 김영란법에 대한 여권의 강경 드라이브 방침에 대해 "복잡하고 방대한 법안을 한두 차례 논의만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 교수는 "세월호 참사 수습에 급급했던 여권이 김영란법에 대한 진중한 고민 없이 이를 밀어붙이려고만 했던 것부터가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서둘러 나섰던 점을 시인한 뒤에 공청회 등 충분한 여론 수렴작업을 거치면서 제정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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