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중서부를 중심으로 15개 주에 상륙한 조류인플루엔자로 폐사하거나 살처분된 닭이나 칠면조 등 가금류는 최소 3,890만마리에 달한다. 이는 지난 1980년대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 피해의 2배 이상 되는 규모다. 미 농가의 피해액은 총 1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죽은 암탉의 수는 3,300만마리로 미 전체 농가의 10%에 달했다. 최대 달걀 집산지인 아이오와주의 경우 산란용 암탉의 3분의1 정도가 살처분되면서 일부 계란 생산기업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미 방역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 농무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과 검사 비용 등으로 4억달러를 긴급 투입했다. 이미 미 농무부는 농가 피해 보상액으로 1억4,900만달러를 투입한 상태다. 파장은 계란 생산업체는 물론 외식업계나 소비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불과 한달 사이 외식업체에 공급되는 액체 상태의 달걀 제품 가격이 3배나 급등했고 중서부 지역의 식료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달걀 가격도 85%나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인들은 대부분 아침에 계란으로 스크램블 등을 해먹는다"며 "미 가계의 달걀 구입비용이 지난해보다 75%, 금액으로는 75억~80억달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외식업계 가운데 가뜩이나 실적둔화에 시달리는 맥도날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침식사 매출 비중이 전체의 25%로 경쟁업체의 2배에 이르는데다 달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음식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미 농업기업들의 대량생산 체제가 이번 재앙을 촉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위해 한 농장에 100만마리씩 사육용 닭들을 함께 키우다 보니 조류인플루엔자가 급속도로 번졌다는 것이다. 1970년대 1만개에 이르던 달걀 생산기업은 현재 200개 이하로 줄었고 농장당 평균 150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