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업체인 위메프가 7일 가나아트센터와 손잡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디지털 프린트 형식으로 한정 제작, 20만원 균일가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내 1위 미술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프린트 베이커리'를 통해 인기 작가의 작품을 판화 제작 방식(9만~18만원)으로 판매했으며 지금까지 9억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대중들은 언뜻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 있다. 미술품은 희소성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상식인데 디지털로 프린트된 이른바 복제품을 국내 대표적인 화랑과 경매업체가 판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 하지만 최근 미술 시장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거래액은 지난 2007년 4,000억원(경매ㆍ화랑ㆍ아트페어 거래 기준) 규모에서 지난해 3,000억원 수준으로 확 줄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의 지난해 낙찰총액은 각각 404억원과 264억원인데 이는 2007년 953억원과 615억원에 비해 반토막 이상 줄어든 것.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이 122억달러(약 13조원)로 전년 대비 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유독 국내 시장만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가나아트센터 관계자는 "미술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이 작기 때문인데 이는 저변 확대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디지털 프린트 작품을 통해서라도 미술 작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술시장의 대중화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미술시장 침체로 일부 화랑은 이미 문을 닫았고 또 다른 화랑들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술시장 회복은 자신들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인이 미술품을 구매할 때 적용되는 손금산입한도를 현행 취득금액 3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수준으로 늘리고 박물관에 미술품을 기부할 때 적용하는 소득공제 등의 세제 혜택도 실질적으로 선진국 수준(30~50%)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 박근혜 정부가 문화 융성을 3대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실제 풀뿌리 문화 산업에서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인의 집들이 선물로 미술 작품 한 점 가볍게 선물할 수 있는 풍토, 그 지점부터 문화 융성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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