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이머징 마켓. 게걸음 하는 미국"-글로벌 증시 상황이다. 이 뚜렷한 대비의 원인을 어디서 찾을까. 지구촌 돈 흐름의 ‘어떤 패턴’이 만든 결과 물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국제 자본 움직임의 양상, 그 특징을 짚어보고 향후를 전망해본다. 』 지금 세계 경제가 맞닥뜨린 고민 3가지-고유가, 부동산 버블, 그리고 미국의 쌍둥이 적자. 그 중에서도 글로벌 경제의 큰 틀을 만들고 있는 최대 요인은 바로 미국의 무역 및 재정 적자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의 문제다. 미국의 엄청난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보전하면서 동시에 안전 투자처를 찾으려는 신흥권 특히 아시아국들의 미 국채 사재기의 흐름이 국제 자금의 가장 큰 물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정작 미국계 자금들은 고수익을 쫓아 해외 주식투자와 헤지펀드에 몰리는 양상이다. 한마디로 “비미국계 자금 -안전 자산, 미국계 자금-위험 자산” 선호의 뚜렷한 컨트래스트다. ▦비 달러계 자금 미 국채, 금 등에 몰려=고유가와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 거기에 자연 대재앙까지 겹치기로 몰려든 건 감당키 어려운 미국의 빚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아래서다. 미국 경제의 조정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며 세계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현실-그 불확실성이 무엇보다 미국 밖 비달러계 자본의 안전 자산 선호 경향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상 유례없이 넘쳐 나던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는 것 또한 큰 이유다. 미국의 금리는 이미 지난 1년여 동안 무려 11차례에 걸쳐 2.75%포인트가 올랐으며 앞으로도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같은 금리 인상 기조는 영국 중국 등 주요 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동성 뿐만 아니라 국제 자금 운용의 주요 주체인 펀드들의 활동력 지표인 레버리지 비율도 축소되고 있는 것이 최근 분위기다. 비달러계 자금들의 안전 투자 대상은 무엇보다 선진권 그 중에서도 미국 국채다. 미국의 적자 상황 보전을 위한 아시아권의 수요에 안전투자 수단으로서 수요가 보태지는 양상이다. 선진권의 회사채 시장은 위축되는 대신 국채시장이 부각되는 점은 이에 따른 현상이다. 안전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치는 미국 역시 불안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확고하다. 한편 실물 자산 그 중에서도 금은 안전 자산으로서 단연 그 줏가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1988년 이래 연일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으며 온스당 5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비달러 자금들중에는 최근 독일 등 유럽계 자금의 안전자산 투자 경향이 특히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 ▦이머징 마켓 주가 올려놓는 미국계 자금=신흥권이 안전 자산으로서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늘려가는 점에 비쳐 정작 미국내 자본들은 대륙을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 흥미롭다. 이들 자금은 미 국내 채권보다는 해외 주식투자와 헤지펀드 투자에 몰리는 등 위험 선호의 징후가 뚜렷하다. 그 원인은 대미 흑자국인 아시아 개도국들의 미 국채 수요 증가로 미국 내 시장 금리가 지나치게 하락하면서 미국 내 투자처 부재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버블이 꺼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영향이 크다. 또한 단기 투자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1990년대 5000개 내외에서 2005년 9000개 넘어 급증하면서 이머징 마켓 주식 등 리스크 자산에 대한 달러 자금의 투기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결과 물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 특히 이머징 마켓의 주가가 실제 경기에 비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머징 마켓의 주가는 세계 경기가 2001년을 전후 위축됐다가 지난 2003년 이후 경기 상승기뿐만 아니라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올해 최근까지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달러계 자본의 해외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만 미국내 백만장자들이 최근 미 증시에 보이고 있는 관심은 전체 미국계 자금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의미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산재한 불확실 요인들 속 미 경제 동향이 관건=향후 국제 자금 흐름과 관련 관전 포인트는 무엇보다 미국 경제 동향이다. 미국 경기가 호조를 띄고 유가상승 등으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경우 비달러계 자금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이머징 마켓 주식이나 원유 등에 대해 투기적 수요를 늘일 수 있다. 이러한 이머징 마켓 자금의 투기화는 헤지펀드를 더욱 자극해 유가상승→미 인플레 심화→이머징 마켓 자금의 투기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경기가 부진한 양상을 보일 경우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돼 해외 부문의 미 국채 매입이 크게 줄뿐 아니라 심각한 국면의 미국계 해외투자 자금 회수가 이어져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특히 유동성 축소로 중국으로부터 未?이탈이 커질 경우 중국내 부실 채권 문제가 부각되고 해외자산 투자를 늘이고 있는 중국계 기업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결국 동아시아 경제의 심각한 침체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적자 상황의 불가피한 보전과 커지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비달러계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하루아침에 바뀔 개연성은 현재로선 그리 큰 확률이 아니다. 다만 해외 투기성 투자에 주력하던 달러계 자본의 급속한 패턴 변화는 그 개연성을 만만히 볼 수 없다. 그동안 신흥권을 겨냥했던 미국계 자본이 리스크 증대와 미 증시의 대세 상승 등 시장 상황 반전으로 신흥권 특히 아시아를 급속히 이탈할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구촌 경제 운용의 모든 주체들이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요인과 이에 따른 자금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적절한 리스크 관리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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