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행된 금리인상은 투자심리를 억제하는 동시에 대출이자 부담을 키우게 된다"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수급 등 다른 요인을 압도하는 '슈퍼 파워'급"이라며 "주택거래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내놓는 급매물이 늘어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보유자들은 금융비용 증가→투자수익률 하락→부동산 보유 메리트 하락의 과정을 거친다. 이자부담이 가중되면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람도 기존보다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게 된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모두 망설이는 사이 거래는 실종되고 주택 가격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김규정 부동산114부장은 "거래가 워낙 죽어 있어 거래가 더 급감한다든지 하지는 않겠지만 반등의 기대를 꺾는 심리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상가ㆍ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물론 강남 재건축단지, 신도시 등 기존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금리가 인상되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강남 재건축 단지는 물론 신도시 등 중대형 아파트의 시세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도금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올 하반기 대규모 입주가 몰려 있는 고양ㆍ용인ㆍ파주ㆍ광명시 등 수도권의 입주난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금리인상 폭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심리적인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부동산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인상으로 건설업체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경영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미분양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견 건설사의 경우 기존 대출금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대출을 받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업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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