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원유 투기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비상사태에 준하는 막강한 권한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를 잡기 위해 미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이지만, 뉴욕 월가가 이에 반발하는데다 물론 법안의 상원통과도 불투명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미 하원은 원유 선물 시장에서 투기 세력에 위한 과도한 가격 변동을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CFTC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찬성 402표, 반대 19표로 통과시켰다. CFTC에게 부여될 권한에는 선물 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을 늘리는 것부터 원유 선물 시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도록 하는 고강도 처방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FTC가 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전체 원유 선물 거래 가운데 71%가량이 투기자금으로 보고됐다.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렌 하원의원은 “법안이 정식으로 발효되면 CFTC는 이전에는 사용하지 못했던 여러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지는 회의적이다. WSJ는 상당수 상원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 시키기 위해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유가 상승이 기본적으로 공급부족에 따른 것인 만큼 과도한 시장 단속에 반대하고 있어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된다. 정작 CFTC도 이 같은 권한 강화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월터 루켄 CFTC의장은 “투기꾼들도 원유 선물 시장의 구성원”이라며 “이들이 국제유가 급등의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CFTC는 “투기꾼들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원유 가격이 떨지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유가가 투기 세력 때문에 오른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CFTC는 권한 강화보다는 원유 거래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해 왔다. 뉴욕 월가도 하원의 움직임에 우려하고 있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투기는 시장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세 조정 행위와는 엄연히 다르다”며 “원유 시장에서 시장 교란 매매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매매를 가리기는 매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의회에는 선물 투기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현재 12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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