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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는 시기상조라며 디플레이션 대비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재앙 경고는 난센스이며 현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디플레이션"이라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소비자 물가가 한해 전보다 더 떨어지고 있으며, 실업률이 갈수록 상승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금융 위기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높아져 민간의 소비심리는 더 위축될 게 분명하다"며 "금리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 역시 활발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FT는 이와 관련 "最近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조만간 나올 주요 지표들은 여전히 디플레가 현재로선 가장 큰 걱정거리임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의 5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0% 하락하고, 5월 주택착공실적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5월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기에 비해 4.4%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 불안을 걱정하기 보다는 수요 진작에 매진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감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는 원자재값 급등에 대해서는 투기적인 수요의 결과로 본다. BNP 파리바의 뉴욕 소재 애나 피레티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투기 자본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강한 만큼 실질적인 경기 회복의 결과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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