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지주 이사회가 17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논의하기로 함에 따라 KB 사태를 해결할 마지막 열쇠는 이사회가 쥐게 됐다. 하지만 KB지주 이사회와 임 회장과의 그간 관계를 고려하면 이사회가 임 회장의 해임안을 결정 짓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만나 "이사회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KB 경영정상화를 빨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결과는 논의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들까지 당국의 입장에 반기를 들 경우 KB 사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임 회장 입장에서 보면 검찰 고발 등으로 인해 이번 사태가 단순히 회장 자리를 내놓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신변의 위협까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사회가 해임안을 의결한다 해도 임 회장은 소송전을 통해 당국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방위 압박 나선 금융당국…검찰 수사 임 회장 정조준=금융당국은 임 회장 퇴진을 위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시간을 질질 끌수록 당국에 대한 비난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주말인 13일에도 'KB금융 관련 긴급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고 15일 금감원을 통해 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미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 특수부가 가진 무게감은 상당하다. 검찰은 특히 임 회장이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만큼 '관피아' 수사 차원에서 개인비리 혐의가 있는지 여부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도로 국민카드 개인정보유출 사건과 관련, 임 회장에 대한 남겨진 제재에도 속도를 낸다. 또 KB에 대규모의 감독관을 파견하고 최고경영자(CEO)가 부재한 상태인 KB의 경영 상황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했다. 금감원은 KB지주에 총 7명의 감독관을 파견했으며 다른 계열사에도 2~3명씩 파견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임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만큼 사내변호사가 임 회장에 대한 법률 조력에 나서거나 회장에 대해 경비를 집행하는 등의 행위를 철저히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임 회장의 손발을 철저히 묶겠다는 것이다.
◇사외이사들 임 회장과 관계 돈독…합의 모으기 쉽지 않을 듯=KB지주 이사회는 임 회장 본인과 총 9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17일 임 회장의 대표이사직 외의 이사직 지위에 대해서는 논의를 유보할 방침이다. 지주사의 이사 해임은 주주총회에서 주주 3분의1 이상 찬성이 필요한 데 KB 지분구조상 이는 복잡한 절차가 소요된다.
다만 대표 자리를 내놓은 것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이사회가 임 회장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부담을 감수하고 임 회장을 지켜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지주 이사회는 때에 따라 정부나 지주 회장의 입김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던 조직이다. 특히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올해 임명된 3명을 제외한 6명은 임 회장이 사장 시절부터 오랜 관계를 유지해왔다. 어윤대 전 회장 시절에도 이들 사외이사는 ING생명 인수 등과 관련해 어 전 회장에 반기를 들고 되레 당시 사장이었던 임 회장과 입장을 같이해왔다.
이사회가 만약 임 회장 살리기에 나설 경우 임 회장은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벌일 명분을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KB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소용돌이 속에 빠진다. 사외이사들도 이 같은 파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임 회장에게 자진사퇴를 설득하고 이사회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는 형태로 이번 사태를 매듭 지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