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재정에 시달리는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도 초등학교 신규교사 임용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교육청의 상황도 비슷해 전국적으로 신규교사 임용 규모는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교육재정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신규교사 임용폭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임용 재수생만 누적돼 임용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일 서울시교육청은 2015학년도 초등임용시험에서 전년도 선발인원인 990명보다 40% 줄어든 600명만 선발하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초등교사 선발규모 역시 지난해에 비해 20%가 축소된 6,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해마다 교대와 각 대학 초등교육과의 입학정원을 통제해 임용시험 경쟁률을 2대1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예산이 없어 초등 교사의 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서 경쟁률도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만 예로 들어도 모집인원은 930명에 지원자는 2,104명이었다. 경쟁률은 2.2대1 수준이다. 하지만 그해 임용되는 교사 수는 466명으로 실질 경쟁률을 따지면 4.5대1로 정부가 관리하는 경쟁률의 2배를 훌쩍 넘었다. 내년도 마찬가지다. 실제 모집인원이 600명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임용 재수생까지 고려하면 경쟁률은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사 임용 선발인원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예산부족 때문이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교사들을 채용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다 보니 명퇴 예산도 부족해 명퇴신청 교사들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신규 교사를 더 뽑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명퇴를 희망한 교원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면 이미 합격한 예비교사들도 발령이 늦춰지고 적체가 심각해지면서 결국에는 임용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지역의 경우 지난해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990명 중 아직 미발령된 예비교사는 절반인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교육청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임용 선발 인원에 있어서는 그해 퇴직자 규모가 가장 중요하다"며 "학생 수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명퇴 문제가 예산부족으로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선발인원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용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임용시험을 치르는 서울교대 4학년 학생은 "어느 정도 선발 인원이 축소될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는 했는데 막상 40%가량 줄었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크다"며 "성적이 좋은 선배들도 재수나 삼수까지 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막막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때 초등교사 합격률이 90% 이상을 기록했던 서울교대의 경우에 지난해 임용고시 응시생 중 재수·삼수에 해당하는 졸업생이 전체 응시생의 절반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획기적인 재정확보 외에는 뾰족한 대책 마련도 어려워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을 늘려 명퇴 예산을 확보해 명퇴자를 대거 내보내고 신규 임용교사 적체 현상을 풀지 않으면 교사발령 관문은 더욱 좁아져 임용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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