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의 가장 큰 특징은 "현직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수개월 전에 먼저 현직 회장에게 연임 의사를 묻는다"는 조항이다.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회장 재직시절 그룹의 경영실적과 내부평가 등을 검토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이면 최우선 후보로 선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현직 회장이 자기와 우호적 관계에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에 임명하고 이들이 다시 회장직 승계에 기여하는 나눠먹기식 구조가 되기 십상이다.
3개월의 외부용역 결과 나온 개선방안이라지만 결국 '관피아'를 '은피아(은행+마피아)'로 대체할 공산이 크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이 같은 현직 프리미엄을 인정한 조항은 신한금융그룹에서 도입했다가 은행을 사유화한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철회했던 경험이 있다. 여기다 내부우대 조항이 없는 시중은행 등에서 이미 엄청난 현직 프리미엄으로 현직 인사들이 주요 자리를 독차지하면서 문제가 됐다.
국내 은행의 조직문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폐쇄적이라는 말을 들어왔으며 이 같은 조직문화가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세계 80위권으로까지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알량한 성과를 가지고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연임을 보장받으려 한다면 이미 설득력이 없다.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배타적 내부권력화가 진행되는 것도 외부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것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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