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는 23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서 열린 공식행사에 참석해 영국의 의료복지 제도인 국가의료 서비스(NHS) 개선을 위해 25억파운드의 추가 예산을 투입해 2만명의 간호사와 8,000명의 의사를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200만파운드(약 34억원)가 넘는 고가주택에 고율의 재산세를 매겨 연간 12억파운드의 세금을 거둬들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밖에 헤지펀드 등의 탈세를 막아 11억파운드의 세원을 확보하고 부족분은 담배회사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당이 부족한 복지재원의 출처로 부동산을 지목한 것은 부동산 거품 제어와 과세형평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선거에서 의료복지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것도 노동당이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를 선거전 전면에 내세운 배경으로 분석된다. 런던의 경우 해외의 큰손들이 고가주택을 사들이면서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부동산컨설팅사인 새빌스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은 주택 가격이 평균 18.4%나 급등하자 1인당 집세도 연평균 12만달러까지 치솟으며 홍콩·뉴욕 등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집세가 비싼 지역으로 꼽혔다. 에드 발스 노동당 의원은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1억4,000만달러짜리 펜트하우스를 소유한 억만장자에게 부과되는 재산세는 고작 주당 26파운드에 불과하다"며 "이는 그 지역 재산세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종합부동산세와 유사한 맨션세 도입을 놓고 영국 내 은퇴자들과 부동산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금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에게 불공평한 세금이라는 것. 릭 리밍 잭슨스톱앤스래프 부동산중개 업체 회장은 "평생 근면하게 일해서 모은 돈으로 집 한채를 마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맨션세를 도입하면 현금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런던의 200만파운드 이상 고가주택의 3분의1이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들의 주택이어서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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