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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민은행의 작은 변화
입력2007-10-31 17:08:12
수정
2007.10.31 17:08:12
서정명 기자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은 퇴임할 때쯤이면 의례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경영성과를 불문하고 취임 당시 객관적인 기준없이 보장되는 스톡옵션 등 보상규모에 일반인들의 입이 쩍 벌어진다.
지난 30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회장이 주주들의 거센 요구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3ㆍ4분기에만 22억4,000만달러의 큰 손실을 냈다. 지난 93년 메릴린치 역사상 최대 적자규모다.
또 오닐 회장은 이사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와코비아와의 인수합병(M&A)을 언급해 주주들의 노여움을 사는 등 실책을 연발했다.
메릴린치 주주들은 볼품없는 경영성적과 오닐 회장의 경영실책에 깜짝 놀란 데 이어 오닐 회장의 천문학적인 퇴직금을 확인하고 나서 다시 한번 놀랐다.
실패한 경영자로 낙인찍힌 오닐 회장은 스톡옵션과 주식보너스 등을 포함해 총 1억6,150만달러를 받게 된다. 우리 돈으로 1,460억원에 달하는 퇴직보너스다.
오닐 회장은 188만주의 메릴린치 주식을 주당 36~77달러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30일 종가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평가차익만도 3,500만달러에 달한다.
회사는 22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며 깊은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회사를 물러나는 CEO는 두둑한 지갑을 흔들어 보이며 회사 문을 나서고 있는 꼴이다. 메릴린치뿐 아니라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ㆍ씨티은행 등 월스트리트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퇴임하는 CEO에게 스톡옵션 ‘돈 잔치’를 베푼다.
과다한 스톡옵션 부여가 주주들의 이익과 권익을 훼손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부작용도 확산되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조차 개선방안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지난 주 행장과 사외이사에 대한 신규 스톡옵션 부여를 전면 중단하고 경영성과 결과에 따라 보통주를 지급하는 성과연동주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행장들이 퇴임할 때쯤이면 ‘한국판 오닐’이 탄생할 수 있는 시점에서 시의 적절한 조치로 보여진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객관적인 평가보상위원회를 마련해 경영진 보수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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