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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을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다소 숨통이 트이자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군이 3,000t급 원잠을 만든다'는 성급한 보도까지 나왔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결코 쉽지 않다. 기술과 경제성, 국제 정치역학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원잠의 건조와 보유는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기술적으로 어렵다. 원잠에 들어가는 원자로는 작고 극도로 정교하다. 원자로와 터빈이 분리 운용되는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원자로와 터빈을 하나의 구성품으로 제작하는 데는 첨단 소재는 물론 고도의 정밀가공기술이 요구되나 국내 기술로는 역부족이다.
설명 기술적 난제가 풀려도 핵연료의 농축도와 관련된 경제성이 문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해진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의 연료 수명은 길어야 4~5년. 디젤 기관보다 훨씬 길지만 문제는 연료를 교체하는 데 잠수함을 거의 새로 건조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당연히 예산 감당이 어렵다. 그렇다고 미 해군처럼 연료 수명이 반영구적인 고농축(85~90%) 우라늄을 사용할 수도 없는 처지다. 저농축 우라늄 추출과 사용마저 건마다 미국과 합의해야 하는 마당에 '원잠을 통한 경제성 확보'는 환상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큰 난관은 미국의 동의 여부다. 한국의 원잠 보유는 주변국을 자극할 수도 있고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과도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2004년 비밀리에 추진되던 4,000t급 원잠 건조계획이 보도되자 미국이 계획 자체를 무산시키고 관련 추진단도 해체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해군이 추진하는 3,000t급 '장보고Ⅲ' 잠수함의 2차 양산분(배치 2) 3척부터 원자로가 탑재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턱도 없는 얘기다. 해군은 이미 '장보고Ⅲ 배치 2'의 디젤엔진을 선정한 상태다.
물론 해군의 '장보고Ⅲ 배치 3' 잠수함부터는 다른 기관을 앉힐 수 있다. 원자로 역시 대상 후보군의 하나다. 그러나 '장보고Ⅲ 배치 3'이 등장하려면 앞으로 15년은 기다려야 한다. 해군은 내심 원자로 탑재보다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정숙도와 운용 비용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리튬 전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눈치다. 해군의 한 제독은 "원잠의 개념 연구야 계속 진행할 필요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원잠은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신뢰성과 경제성까지 확보하려면 적어도 20년 이내 원잠은 보유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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