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동조화 현상이 깨지고 있다. 인기지역의 집값이 비인기 지역으로 확산되고 중대형 집값 상승이 소형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던 기존의 패턴이 무너지는 한편 또 강북 소형 집값이 해당 지역 중대형이나 강남권으로는 확산되지 않는 등 역(逆) 동조화 역시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거래와 시세가 특정지역에 국한된 국지전 양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강남 따로 강북 따로= 지금까지 집값은 강남권이 먼저 상승한 후 가격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나면 강북 등 외곽지역이 이를 추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강북 집값이 급등했음에도 강남 시장은 여전히 내림세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남권과 강북권의 대표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구와 노원구의 매매가 추이를 보자. 부동산114에 따르면 노원구의 주간 매매가 변동률은 올봄 들어 낮게는 0.12에서 높게는 0.72%에 이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한 반면 강남구는 거의 전주에 걸쳐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 ‘강남→강북’의 집값 확산 방정식이 그 역 방향인 ‘강북→강남’으로는 성립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이 다소 시차는 있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게 일반적이었는데 올들어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강북권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형 집값 뛰는데 대형은 맥못추고= 중대형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주도한 후 시차를 두고 소형아파트가 뒷따라 움직이던 ‘선대후소(大先小後)’ 추세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서울 노원구 등의 소형아파트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지만 지역내 중대형아파트값은 이기간동안 거의 변동 없이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1년새 강북권 소형아파트가 많게는 1억원 가까이 뛰면서 20평형대 아파트값이 30평형대 턱밑까지 추격해 왔음에도 중대형은 좀처럼 매수세가 살아날 조짐이 없다. 중계동 주공4단지를 예로 보자. 지난해 10월 이 아파트 94㎡형과 104㎡형의 평균매매가 격차는 7,000만~8,000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3,000만원 안팎까지 좁혀진 상태다. 신도시 지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뚜렷하다. 전용 60㎡안팎의 소형아파트가 꾸준히 매수세가 몰리면서 값이 오르는 반면 중대형은 값이 오르기는커녕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산 백석동 A공인 관계자는 “매수자 대부분이 중소형만 찾을 뿐 중대형 아파트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6억원’에 걸쳐진 겹규제로 동조화 붕괴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역간, 평형간 동조화 현상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을 참여 정부기간 동안 급격히 벌어진 격차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남권의 집값 급등으로 강북권과 차이가 워낙 커지다 보니 웬만큼 강북권이 올라도 수요자들이 강남권으로 옮겨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매수세가 확산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형과 중대형간 격차 역시 마찬가지여서 최근 소형아파트값이 급등했음에도 여전히 중대형과 격차가 커 현실적으로 수요자들이 큰 집으로 갈아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계동 B공인 관계자는 “소형과 중형아파트값 격차가 수억원에 달하다 보니 소형아파트 거주자들이 중대형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며 “당분간 집값 상승이 중대형으로 확산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업계는 ‘6억원’에 걸쳐있는 규제로 당분간 이 같은 동조화 붕괴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6억원을 넘어서면 보유세는 물론 양도세 등이 큰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서민으로서는 매입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규제 틀이 무너지지 않는 한 강남, 중대형이 상승세로 돌아서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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