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는 2차 총선 이후에도 그리스의 정치적인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다면 최악에는 3차 총선이 불가피해지면서 무정부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그리스 내에서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주도할 정치 세력이 사라져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획기적 사태 해결 '기대난망'=그리스로서는 일단 연정 구성이 위기 봉합을 위한 첫 번째 과제이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연정이 구성돼도 당분간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건과 긴축안 수용을 두고 정치적 혼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케말 더비슈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그리스를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그리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구제금융 조건 완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물론 유럽연합(EU) 등도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을 우려해 구제금융의 금리 추가인하와 상환기간 연장 등 당근을 제시하면서 그리스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미봉책으로 전면적인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는 그리스 국민을 달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어느 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정치적ㆍ경제적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연정이 구성돼도 불안한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총선이 치러지기도 전에 그리스에서는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일어나고 있고 불안한 시국을 틈타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연정 구성 실패시 세계경제 퍼펙트 스톰=씨티그룹은 "만약 연정 구성에 실패한다면 구제금융 재협상 지연으로 그리스는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글로벌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민당과 시리자 중 누가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5월 1차 총선 이후 보여줬던 비슷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 주도로 거국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지만 행정력 공백과 정국 불안이 계속돼 그리스는 재정개혁 이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표성 없는 과도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간 구제금융 재협상이 원활히 이뤄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IMF는 책임 있는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그리스와 접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3차 총선을 치르게 될 경우 그리스는 자금 고갈로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에 흔들리는 다른 유로존 국가에 영향을 미쳐 결국 유로존 붕괴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에 대비해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총선 결과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자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출발 시간을 14시간 늦추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