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나은 법이다. 대화 테이블에 남북 실세들이 만났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평화는 국민들의 뜻이기도 하다. 북측의 협박 시한을 앞두고 고위급대화 사실이 전격적으로 전해졌을 때 접경지역 주민뿐 아니라 온 국민이 반겼다는 점은 대화의 당위성을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기대나 실망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대화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남북이 두 차례에 걸쳐 십수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음에도 이렇다 할 합의점을 못 찾았지만 쌓이고 쌓인 불신을 해소하고 미래로 나아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북측도 이번만큼은 다른 자세를 갖기를 촉구한다. 혹여라도 남남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접는 게 이로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은 사회의 건강함을 방증하는 증표인 동시에 획일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북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북측이 보다 심각하게 새겨야 할 사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번 대화가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 잇단 도발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책임을 전가하거나 시간을 벌기 위해 대화 카드를 꺼냈다면 자멸을 앞당길 뿐이다.
두 번째로, 북은 대한민국 내부에서 대화보다 응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수 존재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수계층의 불만을 아우르며 대북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지도자로 박근혜 대통령만 한 적임자도 없다. 북측은 기회를 잃지 않기 바란다. 화평이냐 전쟁이냐의 기로에서 겨레의 공존과 번영이 북의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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