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건의가 아니더라도 배임죄는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어왔다. 배임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자신의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 범위도 넓고 뜻도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경영판단에 관한 문제에 형법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기업가정신이 위축될 우려가 컸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종속회사의 지배회사 지원 부분과 관련해 배임죄를 처음 도입한 독일만 하더라도 그로 인해 종속회사가 손실을 봤더라도 고의성이 없으면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경우 경영판단이라고 하더라도 배임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많았다. 재계의 이번 건의는 헌법재판소가 최근 배임죄 관련 조항에 대해 '대법원이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며 배임죄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후에 나왔다. 헌재의 이 같은 판단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법률이 잘못돼 있다는데 법원이 해석을 잘하고 있어 법률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원이 해석을 잘하는지도 의문이다. 대법원의 경영판단 관련 배임죄 판결 37건 가운데 실제 경영판단이 있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것은 절반 정도인 18건에 불과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관련법률 개정안이 제출, 계류돼 있다. 선의로 한 경영상의 결정은 배임죄로 처벌되지 않도록 국회부터 앞장서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