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요일 아침에] 출구가 없다
입력2005-09-07 17:16:57
수정
2005.09.07 17:16:57
김인모 <논설위원>
참여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는 집요하다. 8ㆍ31 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과세를 결국 포함시켰다.
지난 93년 문민의 정부가 금융종합과세를 실시하자 일부 부유층이 위장이혼에 나섰다. 서류상 남남이었으나 같은 집에 살았고 일단 과중한 세금을 피해보자는 속셈이었다. 국민의 1.7%만 해당하므로 일종의 ‘부유세’라고 할 수 있는 종부세가 올해 도입되면서 고가주택 보유자들 중 일부는 부부 공동등기로 ‘세금 소나기’를 피하려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2002년 금융종합과세의 부부 합산과세가 위헌으로 판결 났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부세 합산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참여정부는 8ㆍ31 대책에서 제외된 주상복합아파트ㆍ상가ㆍ오피스텔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지 검토에 들어갔다. 영업용 오피스텔의 경우 종부세 대상이 아닐 뿐더러 1가구 2주택에도 포함되지 않으며 전매도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 세력이 몰려든 것인데 불로소득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참여정부로서 시장불안 요소를 내버려둘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정부는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의 입주권을 주택 수에 포함시키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했다. 그동안은 건축 기간 중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아 잠시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그 작은 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 소유권이 멸실돼 일종의 채권인 입주권을 주택으로 보고 양도세를 중과하겠다는 것인데 이 또한 위헌적 요소는 없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물샐 틈 없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들의 부동산 기대심리는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강남 지역 옆에 개발하는 송파 신도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남다른 것은 아직도 부동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국공유지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건설되므로 투기는 일시적일 뿐이라는 게 정부 주장인데도 국민적 관심이 폭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강남 지역에 25평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평균 가계지출을 고려할 때 47년이나 걸린다는 계산이고 보면 송파든 판교든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급격한 노령화 추세에 마땅한 사회안정망을 갖추지 못한 현실이 한국인들로 하여금 부동산 투자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은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문제는 8ㆍ31 부동산대책에 있는 게 아니라 40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의 출구가 없다는 데 있다. 참여정부는 부동산에 몰렸던 유동자금이 증시 등에 돌아와 산업자금화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성장동력이 고갈된 우리 경제를 감안할 때 지속적인 유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도리어 최근 개인의 해외투자 등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보면 지나친 국부 유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물론 자본시장이 개방화ㆍ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생산적인 해외투자는 일견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물자산에 치중하는 해외투자는 우리 국민에게 값비싼 수업료를 물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8ㆍ31 부동산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필요한 후속 조치들을 광범위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주택자 중과세로 소형주택의 집값이 떨어져도 서민들의 구매 여력이 없다면 8ㆍ31 대책은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만 조장한 채 세금 걷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시행하더라도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동산 투기라는 복병은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의 핫토픽
![](https://img.sedaily.com/Html/common/footer_logo.png)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