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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버림받고 국가로부터 외면당했으며 이웃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제 2차 세계대전 때 점령군인 독일군과 프랑스 여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저주받은 아이들’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동안 적국인 독일 남자를 사랑한 프랑스 여인의 로맨스는 거의 프랑스 전 지역을 뒤덮었다. 수십만 명이 넘는 이 여인들은 프랑스가 독일 치하에서 해방되자 ‘독일군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이유로 삭발을 당하기도, 처벌받기도 했다. 그 금지된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해서는 수치 파악은 고사하고 어떤 공식적인 연구도 없었다. 1977년부터 27년간 ‘르 피가로’의 독일 특파원을 지낸 장 폴 피카페르와 독일ㆍ프랑스ㆍ루마니아 예술문화협회 창립자 루드비히 노르츠는 ‘독일 놈의 사생아’라는 굴레 속에 살아야 했던 이들을 인터뷰 해 책으로 엮었다. 환갑을 넘긴 노인이 돼서야 ‘독일군 아버지’를 고백할 기회가 생긴 사람들. 이들의 어머니들은 프랑스의 가족들로부터 멸시 당했고 마을에서는 학대와 폭력에 시달렸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민족 위생’이라는 발상이 퍼졌다. 독일군이 프랑스 여성을 성폭행해 낳은 아이들이나 독일군과 사랑에 빠진 프랑스인이 낳은 아이들은 가릴 것 없이 ‘더러운 아이’로 낙인 찍혔다. 이들 중 일부는 독일에 있는 가족을 찾기도 했으나 가정 파괴나 유산 분배를 걱정한 독일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상속권 뿐 아니라 독일 국적도 인정되지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이들의 비극적인 인생을 치욕이 아닌 불행한 개인사로 위로해 주고, 사회가 책임져야 할 ‘현대사의 짐’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도 존재하는 일본 식민지 사생아나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태어난 라이따이한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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