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은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을 병행한 끝에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나라임을 알아야 한다. 구조조정이 결여된 단기부양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개혁으로 '켈틱 호랑이(Celtic Tiger)'로 화려하게 복귀한 아일랜드가 한국과 유사한 경우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는 유로존과 달리 케인스식 재정확대와 경기부양 대신 과감한 긴축정책을 썼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을 가장 먼저 졸업했을 뿐 아니라 올 2·4분기에는 GDP가 7.7% 성장하며 유럽의 핵심 성장엔진으로 재부상했다.
반면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이후 구조개혁을 미룬 채 경기부양에만 집착한 결과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다. 재정확대·양적완화·구조개혁 등 '세 개의 화살'로 경제를 살리겠다던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도 구조개혁이라는 화살이 뜻대로 격발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G20 선언문은 수요진작을 위한 재정확대와 양적 확대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황의 아픔을 수요진작을 통해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극단적인 경제정책은 경제에 극단적인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수요진작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는 것이 지금 G20 지도부가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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