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은 제69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가 시작되는 이달 24일(현지시간) 반기문 사무총장 주최로 공식 오찬 행사를 진행한다. 참석 대상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의 정부 대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며,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리용수 외무상도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 외무상이 박 대통령 및 오바마 대통령과 같이 공식 오찬에 참석하더라도 좌석 배치나 급(級)을 고려하면 의도하지 않은 조우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이자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의 수반인 박 대통령은 유엔본부 소재국 수반인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자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리 외무상은 헤드테이블에서 떨어진 곳에 앉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우 박 대통령 수행을 마친 뒤 27일까지 뉴욕에 머물 예정이기 때문에 리수용과 ‘외교적 조우’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당초 30일로 잡혀 있던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27일로 당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남북 외교장관간 회담을 정식으로 추진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보자고 하면 못 볼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리 외무상의 방미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북한은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3일 IS 문제로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락이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 바 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도가 떨어지면 제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미국의 주목을 받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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