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갈등은 우선 5·18 공식기념가 지정과 모든 참석자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제창'을 정부·여당이 허용하지 않은 데 있다. 이에 따라 18일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5·18기념식에서 또다시 갈등 양상이 나타나며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 피우자'는 이날의 주제가 무색해졌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된 유족들과 5·18 관련 단체, 시민과 야당인사들이 행사를 보이콧한 반면 정부는 일당 5만원씩을 주고 급조한 연합 합창단에게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렇게 국론 분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놓고 거듭 충돌하는 것은 각자의 이념적 정체성 고수에 있다. 5·18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보수표와 진보표를 의식하는 것도 충돌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군 장성 출신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물론 새누리당도 그동안 '님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가 지정과 제창에 대해 강력 반발해왔다. 반면 야당은 과거 날치기를 당하거나 결의를 다질 때는 이 노래를 부르며 전열을 가다듬곤 했다.
이 민중가요는 1980년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수백명이 숨진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윤상원 당시 시민학생투쟁위원회 대변인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재야운동가인 백기완 선생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쓴 시를 소설가 황석영씨가 개사하고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