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융 계열사는 비금융 계열사 전체에 대한 의결권을 총 15%까지 행사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금융 계열사의 지분율이 8.8%, 호텔신라에 대한 금융 계열사의 지분율은 12.1%여서 사실상 규제 대상에 놓이지 않는다.
이 같은 현행 방안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금융 계열사 전체가 아닌 하나의 금융 계열사가 5%까지 비금융 계열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하지만 최종 공약안에는 15%에서 5%로 곧바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매년 1%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채택됐다. 최종안을 마련한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전체 특수관계까지 합쳐서 5%가 아니라 금융계열사 단독으로 5%까지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금융 계열사 전체가 단독 기업으로 규제 대상이 바뀌면 현행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삼성전자와 호텔신라는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금융 계열사 지분율 8.8%는 삼성생명 7.5%와 삼성화재 1.3%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삼성생명은 2014년까지는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7%로 의결권 한도가 낮춰지는 2015년부터는 의결권 제한에 들어가고 2017년까지 5% 이하까지 떨어진다. 호텔신라의 경우도 전체 12.1%의 금융 계열사 지분이 삼성생명 7.7%와 삼성증권 3.1%, 삼성카드 1.3%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중 삼성생명은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지분율에 영향을 받게 된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5%까지 의결권 제한이 내려가면 호텔신라ㆍ삼성전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초 '김종인案'에는 이외에도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과 지분조정명령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포함돼 있었다. 이 안이 최종 공약에 포함됐다면 기업들은 A→B→C→A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에서 C→A로 이어지는 마지막 고리를 끊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약 16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종 공약에서 이 방안이 빠진 것도 소요 재원에 대한 고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안종범 의원은 "지금까지 용인하던 순환출자를 갑자기 해소하라, 의결권을 제한하라고 한다면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장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새누리당보다 훨씬 강한 지배구조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 방안으로 각각 10대 그룹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계열분리 명령제의 단계적 도입을 마련하고 있다. 문 후보가 주장한 출총제가 시행되면 공기업을 제외한 10대 그룹은 순자산의 30%까지만 출자할 수 있다. 30%를 초과하는 출자는 3년의 유예기간 동안 해소해야 한다. 안 후보의 계열분리명령제는 엄정한 법 집행 등 1단계의 재벌개혁 조치의 결과가 미흡할 경우 대기업 계열사의 지분 매각을 명령하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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