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기국회 내 국정감사 실시의 건'을 의결하기로 해 국감이 빠르면 오는 10월7일부터 실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16개 상임위원회에서 국감 대상 기관 일정과 증인채택을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어 결국 야당이 희망하는 10월13일에 개시될 것이라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일단 정 의장이 지난 16일 제시했던 10월1~20일 국감 계획은 물 건너갔다. 국감이 10월 말 또는 11월 초까지로 연장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업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거 뭐 식사자리나 특강 등도 맘대로 잡을 수도 없고 국감이 계속 미뤄지면서 공무원들의 피로도도 커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로서는 30일까지 각 상임위가 증인 출석요구 대상을 의결한 뒤 당사자에게 통보 절차를 밟는다면 10월7일부터 국감이 실시될 수 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국감 1주일 전까지 본회의에서 '국감 대상기관 승인 건'이 처리돼야 하는데 그 전에 각 상임위에서 국정감사 증인출석의 건 등이 의결돼야 한다. 하지만 28일까지 여야 원내지도부와 각 상임위에서는 국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29~30일에도 여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피감기관에 대해 우선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반쪽 국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30일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 본회의가 열려 '정기국회 내 국감실시의 건' 의결과 90개 법안 처리가 이뤄진다면 국감은 빨라야 13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각각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영선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제의를 30일 본회의까지 거절한다는 입장이어서 야당이 백기투항하지 않는 한 조기 국감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물론 야당도 '정기국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감이 마냥 표류하는 것만을 지켜볼 수는 없는 입장이다. 만약 10월20일께로 국감이 늦춰질 경우 새해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심의에 큰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새해 예산안과 세법개정에 야당의 입장을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국회선진화법상 여야가 11월30일까지 예산과 예산부수법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되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이와 관련, "올해는 반드시 법정기일(12월2일) 안에 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흘간의 대정부질문은 국감 뒤로 미뤄 새해 예산안과 세법을 심의할 때 같이 해도 되지만 각 상임위 활동과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국감 전부터 이뤄져야 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상임위에서 국감일정과 증인채택을 확정짓고 민생·경제법안이나 국가혁신법(김영란법·유병언법·정부조직법) 논의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감 일정이 안갯속이어서 일각에서는 새해 예산안과 세법을 처리한 뒤 12월 국감전망도 제기하고 있지만 현실성은 높지 않다. 정기국회 일정이 9월1일부터 100일간이어서 12월9일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2월1일 또는 2일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과 세법을 처리한 뒤 국감을 하려면 당초 20일 일정이 절반 이하로 축소되는 셈이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의 한 원내지도부는 "진짜로 국감이 언제 실시될지 잘 모르겠다"며 "이런 식으로 여야 마찰이 심화되면 11월 중 예산안과 세법 심의기간을 고려하면 20일을 다 하기도 쉽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만약 국감일정이 단축될 경우 가뜩이나 제기돼온 맹탕 부실국감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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