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조사해 온 유엔 조사단은 이날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유엔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화학무기가 대규모로 사용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시리아 내전 중 발생한 지대지 미사일 공격 과정에서 치명적인 화학무기인 사린가스가 담긴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며 “현지에서 수집한 환경적, 화학적, 의학적 샘플들은 이같은 신경가스를 포함한 화학무기 사용의 명백하고도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화학무기가 지난달 21일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에서 사용됐으며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파울로 세르지오 핀헤이로 유엔 인권이사회(UNHCR) 시리아 전쟁범죄 조사위원회 위원장도 “2011년 10월 시리아 내 인권 침해 사례 조사를 착수한 이래 모두 14건의 화학무기 공격이나 화학약품 사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과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을 열어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 있는’ 유엔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거를 위한 정확한 시한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케리 장관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3개국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유엔의 요구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알아사드에게 구명 밧줄은 없으며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파비위스 장관도 “알아사드는 군사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알아사드를 압박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군사적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제재 등 다른 수단을 안보리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3국은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국무장관은 나빌 파흐미 이집트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미국 간 합의를 재해석하려고 한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합의 사항을 엄격히 준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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