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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이응노는 세계미술평론가협회 프랑스 지부장인 자크 라세느의 초청을 받고 파리로 떠나기 전인 1958년 3월 서울 소공동 중앙공보관에서 도불(渡佛)전을 갖는다. 전시 작품들은 인습적인 주제에 국한되지 않는 개성적인 작품들로 당시 고답적인 수묵화단과 차별을 꾀한 것들이었다. 구체적인 사실의 세계에서 추상의 세계로 이행되는 전환기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작가 자신이 전시회의 성격을 '동양화의 현대화'라고 말한 것처럼 작품들은 한국 동양화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맥(生脈)'은 당시 전시된 62점 작품의 하나로 붓의 운동감을 강하게 하면서 엷은 색조의 점들로 가득 채워져 얼핏 보면 잭슨 폴록의 드리핑 작업이 연상된다. 한국 채묵화의 선구적 조형실험을 한 걸작으로 꼽히는 동시에 추상표현주의의 색채가 드러나고 있다. 오는 10월 27일까지 대전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는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전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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