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담은 예정보다 10여분 늦은 10시 10분께 시작됐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한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은 악수도 하지 않은 채 회담을 시작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단장이 회담 시작 직후 “비가 많이 왔다”며 이야기를 꺼내자 박 부총국장은 “내리는 비도 오늘 회담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며 응수했다. 그는 뒤이어 “공업지구 회담결과에 따라 비가 미래의 축복이 될 수 있고 아니면 한철 장이 될 수 있다”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특히 우리 측이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대한 믿음을 갖고 남북대표가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화적 제스처를 건네자 북측은 “공업지구를 잘해보자는 개념으로 이해하겠다. 자리정돈 합시다”라고 답하며 날을 세웠다. 오후에 진행된 수석대표간 회담에서도 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각 3명씩으로 구성된 대표단 명단을 확정 짓는 과정에서도 샅바싸움을 벌였다. 북한은 이날 오전 갑작스레 허영호 평양법률사무소장을 대표단 명단에서 빼고 황충성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참사를 그 자리에 넣었다. 황 참사는 지난달 9일 열린 판문점 실무접촉에 북측 대표로 나왔던 인물로 2009년 개성공단과 관련 남북당국 간 실무회담에 북측 대표로 참석하는 등 회담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우리측이 앞선 두 차례 회담에 나서지 않았던 김기웅 단장을 3최 회담의 신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에 대응한 기 싸움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후에 있을 회담에서도 개성공단 국제화와 안정적 운영 보장 방안 등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라 양측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김 단장은 이날 오전 개성공단으로 출발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이 발전적으로 정상화되고 국제적 공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히는 등 기존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 노동신문 또한 이날 "북남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조선 당국이 정책전환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측 제안에 응하지 않을 뜻을 나타내 양측의 입장 차이가 현격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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