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조기인상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투자가들이 아시아 지역에 대해 '선별적' 투자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투자를 줄이는 반면 중국·인도 등에 대해서는 투자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시아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1월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지난주에만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3%, 말레이시아 링깃은 1.1% 떨어졌으며 필리핀 페소화는 지난 18일 하루 동안 1.2%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에만도 한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지의 증시에서 10억달러가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이 같은 통화가치 하락과 자본이탈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가들이 미국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국채의 32%를 외국인 투자가들이 보유하는 등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아 자본유출에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호웨이 첸 싱가포르 UOB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큰 우려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의 자본이동"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인도에 대한 투자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아시아 지역 투자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 경제전망을 보이는 두 국가에는 선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석 달 동안 일본을 제외한 MSCI아시아지수는 2.4% 올랐다. 전 세계 신흥시장지수인 MSCI신흥시장지수가 같은 기간 0.4% 상승한 것에 비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해도 투자가들은 경제적 기초체력이 개선돼 있고 개혁작업이 궤도에 오른 국가에 선별 투자할 것"이라며 "투자가들은 중국과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경우 고질적인 경상적자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5%에서 올해는 2%대로 내려갈 것으로 관측되는 등 경제상황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역시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긴 하나 최근 인민은행이 중국 5대 은행에 유동성 5,000억위안을 공급하는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나온데다 중국증시 상장기업들의 실적도 원자재값 안정과 소비증대 등에 힘입어 호조가 예상되며 투자자들을 붙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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