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가 퇴조하고 있다. 지난 2009년말 할리우드영화 '아바타'를 계기로 혜성처럼 나타난 3D 영화가 관객들의 피로도, 기술개발의 정체 등이 겹치면서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6일까지 국내에서 상영된 전체 영화의 관객중 3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전체(4.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3D 영화는 영화 '아바타'가 2009년말부터 2010년 초까지 빅히트를 치면서 관객비중도 2009년 1.2%에서 2010년 10.9%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를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2011년에는 8.5%에 머물렀다.
3D영화의 퇴조는 관객들의 피로도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3D 영화들이 쏟아지면서 처음 가졌던 신선함이 없어졌고 여전히 입체안경을 쓰는 방식이 관객에게 불편을 주고 있기도 하다. 올들어 개봉한 3D영화는 국산인'미스터 고'(132만)를 비롯해, '라이프 오브 파이'(158만), '퍼시픽림'(253만), '아이언맨3'(900만) 등이 있었지만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서는 '아이언맨3'를 빼고 흥행이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관객들은 일반상영에 몰리고 3D는 외면했다. 해당 영화 관객중에서 3D 비중은 '아이언맨3'와 '퍼시픽림'이 20% 내외에 불과하고 '미스터 고'는 10%밖에 안됐다. 그나마 미국 아카데미에서 특수효과상을 수상한 '라이프 오브 파이'가 50% 수준이었다.
역시 3D와 2D가 동시에 상영 중에 있는 할리우드영화 '그래비티'도 개봉 10일간 151만명 관객동원에 그치고 있다. 평단ㆍ관객의 호평과 기술력에 비해서는 3D가 예전만한 폭발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2D영화가 훨씬 정교해진 것도 3D영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 전체 영화에서 자치하는 필름방식과 2D방식의 비율은 지난 2009년 47.7%대 40.1%로 엇비슷했지만 올해는 1.2%대 95.3%로 절대다수가 2D를 관람하고 있다. 올초 '장고:분노의 추적자'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사실 나는 3D영화가 지겨워졌다. 3D와 2중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2D를 선택할 것이다"고 말했었다.
업계에서는 3D영화를 비관하지는 않지만 다른 기술의 발달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4D나 아이맥스 같은 방식이다. 4D방식은 2009년엔 0%였다가 올해는 0.9%까지 비중을 늘렸다. '그래비티'도 3D보다는 아이맥스 상영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입체안경을 쓰지 않고도 3D효과를 낼 수 있는 스크린X 기술도 주목된다. 김지운 감독은 최근 개봉한 단편영화 'The X'에서 스크린X 기술을 적용해 호평을 받았다.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스토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평범한 '7번방의 선물'같은 주제가 흥행한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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