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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호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어떻게 해야 말을 잘 탈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는 어떻게 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볼록한 말 몸통 위에 멋지고 안전하게 잘 앉아 있느냐 하는 말과 같습니다. 승마를 하는 누구나 늘 고민하는 내용이죠. 말 위에서 잘 지내는 방법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할까 합니다. 경험과 교관들로부터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첫 주제는 '중심으로 타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들리겠지만 한 번 생각해두면 차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교관 중 한 분은 항상 "중심으로 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잘 잡고 타라는 말입니다. 물론 이 말 속에는 수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지만 가장 우선은 기승자가 자세를 잘 잡고 최대한 안장에 밀착해 앉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이 코너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했던 기본 중에도 기본이지요. 이제 좀 더 기본을 다지고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말의 중심은 안장을 채웠을 때를 기준으로 안장 앞에 위치합니다. 즉 말의 심장 가까운 부분이 됩니다. 보통 기승자가 말의 무게중심에 가까이 자리할수록 말이 움직이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말의 구조상 안장을 매고 기승자가 앉는 위치는 말의 무게중심 바로 위가 아닌 약간 뒤쪽에 앉게 됩니다. 말의 중심과 내 중심이 일직선상에 있지 않고 내가 약간 뒤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두 물체가 함께 움직일 때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두 물체의 무게중심을 최대한 일치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가방을 등에 멘 채로 달릴 때 어깨끈을 최대한 줄여 가방을 등에 밀착시켜야 잘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가방이 너무 아래로 처져 있으면 달리기가 힘들어질 겁니다.
말이 가만히 서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 움직일 때는 말의 무게중심이 기승자보다 먼저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등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은 말의 움직임보다 한 박자 이상 늦게 움직이겠지요. 만약 말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기승자가 일부러 몸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기울이면 말의 속도 또한 달라집니다. 말의 중심이 기승자에 의해 흔들리면서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똑똑한 말은 스스로 사람과의 중심을 맞추기 위해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한답니다.
기승자와 말의 무게중심을 효율적으로 맞춰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안장에 최대한 앞쪽으로 앉으려고 노력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안장 앞에 있는 안장코에 최대한 가까이 앉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승자의 무게중심과 말의 무게중심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말이 움직일 때 훨씬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또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것은 기승자의 체중을 고루 분산시켜줘 말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주기 위함입니다. 단 기승자가 다리를 말 등에 딱 붙은 것처럼 고정시킬 수 있다는 조건하에서입니다.
말과 기승자의 중심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셨겠지요. 이런 중심을 이용해 말을 훈련시키는 다양한 벙법도 있지만 우선 중심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자세를 잘 잡아 말이 움직이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상체와 하체로 나눠 좀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000일간의 승마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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