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TPP 연계 핵심법안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 부결 사태를 더 유리한 협상으로 이끌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TPP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의회의 반대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동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협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 NYT는 "레임덕 위기에 처한 대통령보다 미래의 잠재적 우군인 펠로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의 편을 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TPP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그는 국무장관 재직 시절 TPP를 '골드 스탠더드(황금기준)'로 표현하며 적극 찬성했지만 대선 행보 이후에는 지지 세력인 노조·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TPP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TPP 반대 세력인 민주당 의원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오바마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적극 시도한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마저 독자노선을 노골화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 오는 16일 TAA 법안을 재처리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현재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등 민주당 주류는 TPP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애가 탄 것은 공화당이다. 사사건건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지만 TPP에는 찬성하기 때문이다. 폴 라이언(위스콘신)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TAA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애써 낙관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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