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법 전문가들이 우리 파워인컴펀드 사태와 가장 유사한 사례로 드는 것은 미국 골드만삭스의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실판매 사건이다. 둘 다 투자대상이 일종의 합성 CDO인데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 사태 이후 급격하게 손실을 입었다. 또 두 상품 모두 파생상품의 설계·운용자와 투자자가 이해 상충 관계에 놓여 있었다. 파워인컴펀드의 경우 설계자이며 운용자인 CSFBi가 투자자의 반대포지션을 취하는 스왑계약의 상대방이었고, 골드만삭스의 경우 판매한 파생상품의 반대 포지션을 골드만삭스의 자회사가 취하고 있었다. 투자자가 손해를 볼 경우에도 판매사는 손해를 입지 않거나 오히려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된 셈이다.
그러나 분쟁 해결의 양상은 전혀 달랐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자회사가 투자자들의 반대 포지션에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자자들로부터 고발 당했고, 201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CDO 부실 판매와 관련해 무려 5억5,0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SEC와 합의했지만 이대로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CDO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투자자들을 대표해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미국연방법원은 2012년 이를 허가했다. 미국 언론과 법조계는 골드만삭스가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물 위험이 있는 집단소송에 나서기보다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고 이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실제 골드만삭스 CDO에 투자했던 국내 기업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도 지난 2013년 투자금 500억원의 일부인 200억원 가량(40%)을 돌려받기로 합의하고 소를 취하해 줬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에서조차 피해자들이 투자액의 극히 일부를 돌려받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김주영 한누리 변호사는 "우리 법원의 경우 파생상품의 위험성이나 상품 손익 구조에 담긴 투자자-운용사 간의 이해 상충관계를 따지는 것은 부차로 둔 채 무엇보다 상품의 판매경위나 투자자의 투자 경험이 많고 적은지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며 "파워인컴펀드 같이 고도로 구조화된 상품의 경우 아무리 투자 경험이 많아도 위험을 분석해내는 일이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투자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배상액이 줄어든 것이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천문학적인 벌금과 배상금을 지불함으로써 약탈적 금융행위에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격적 펀드 판매로 수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금융기관 대부분이 쥐꼬리만한 배상으로 면죄부를 얻은 셈"이라며 "최근까지도 동양 기업어음(CP) 부실판매 사태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기업·금융에 지나치게 관대한 법원의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경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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