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각각 새 정부 출범 준비와 대선패배 후유증 수습을 이유로 대는 모양이나 이는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정치개혁특위 같은 여야 협의기구조차 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애초부터 기득권을 축소할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택시법 같은 포퓰리즘 법안을 뚝딱 처리하는 것을 보면 이런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개혁은 실종된 채 청산해야 할 구태정치만 재연한 꼴이다.
기실 여야 정치권은 맘만 먹으면 곧바로 처리할 정치쇄신 과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의원정수 축소와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는 대선공약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국회쇄신특위는 의원연금 개선과 국회의원의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를 비롯한 4개항에 합의까지 해둔 상태였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같은 것은 헌법까지 개정해야 하지만 의원연금 폐지는 진작부터 관련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었다. 여야가 합의까지 해놓은데다 법안도 제출돼 있어 법제화가 충분히 가능했던 사안이다.
대선이 끝났다고 국회가 정치쇄신에 나 몰라라 뒷짐을 지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몰염치한 행위다. 정치쇄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이런 국민적 열망은 대선과정에서 익히 표출되기도 했다.
그나마 한 가닥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1월 중에 임시국회가 열릴 것이라는 가능성 정도다. 임시국회가 열리면 민생법안을 비롯해 처리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개혁과 정치쇄신 입법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굳이 여야 간 이견을 보이는 굵직한 사안을 두고 샅바싸움만 할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회쇄신특위 4개 합의사항과 여야 공통 공약부터 법제화하면 될 일이다. 국회는 2월 새 정부 출범 전에 첫 단추를 끼워 정치개혁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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