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일반해고·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사항을 법 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행정지침)으로 우선 시행하기로 당론을 확정한 것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방을 무작정 지켜보며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발 양보하더라도 보다 시급한 현안부터 처리에 속도를 내야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사용기간 등 여타 쟁점 사항에 대해서도 여야 간 입장차가 있을 뿐 아니라 대타협 없이 당정이 독자적으로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면서 실제 노동개혁 완수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10일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당론을 추진할 계획임을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노사정이 대타협에 실패하거나 형식적 수준의 합의에 그칠 경우 야당이 핵심 이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할 명분을 얻으면서 향후 국회 논의가 난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근로기준법·기간제법·파견법 등 조율이 필요한 법안이 수두룩한데 노사 합의 없이 새누리당이 입법을 밀어붙인다면 야당과의 순조로운 합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한 관계자는 "5개 법안은 물론 해고·임금피크제 등의 사항에 대해서도 노사 합의 없이 여당이 당론을 확정·추진한다면 노동계와 야당은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이 이날 확정한 당론을 놓고 일각에서는 총선용 표를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을 불과 7개월 앞둔 시점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무리하게 경영계의 의견을 수용했다가는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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