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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본 모델로 눈길끄는 대전 마을공동체 가보니

자체 화폐 쓰고 공동육아·병원·기업 운영까지…<br>마을 화폐 만들어 연 2억 거래<br>한밭레츠 사례 해외서 벤치마킹 도시·농촌형 마을기업 잇달아 등장 주민 화합 넘어 일자리까지 창출<br>새 경제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의료 생협 이익금으로 약자 지원

대전시의회 옥상에 마련된 텃밭에서 공무원들이 채소 모종을 심고 있다. 오랫동안 쓸모 없이 비어있던 대전지역 아파트단지와 빌딩 옥상공간 곳곳이 채소밭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시

마을화폐로 병원비를 내고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비어있던 옥상 공간이 유기농채소 농장으로 바뀌고 버려지는 현수막이 앞치마나 가방으로 재탄생하면서 일자리까지 창출한다.

대전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마을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 이미 상당수 마을공동체는 주민 소통이나 화합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마을화폐, 마을기업, 마을병원, 마을극단, 마을합창단, 마을텃밭 등 다양한 유형의 사업을 주민 스스로 펼치며 주민간 화합을 도모하고 일자리도 창출해 사회적 자본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9년 대덕구 법동에서 시작된 '한밭레츠'는 가상의 마을화폐 '두루'를 만들어 상품ㆍ노동ㆍ지식ㆍ기술 등을 거래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조합원이 600가구를 넘어섰고 연간 거래액도 2억4,700만원에 이른다. 마을화폐로 의료서비스까지 받다 보니 미국, 캐나다,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마을병원인 '민들레의료생협'도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 모델이다. 지난 2002년 설립돼 현재 3,100가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한밭레츠, 지역생협 등과 연대해 사후치료 뿐만 아니라 질병예방을 돕고 이익 일부를 사회적 약자 의료비로 지원한다. 대전시 대덕구 법동과 서구 탄방동 지역 의원, 한의원, 치과 등이 민들레의료생협에 참가하고 있다. 대전에는 민들레의료생협을 포함해 현재 7개 의료생협에서 13개 마을병원을 운영 중이다.

새싹어린이집, 친구랑어린이집 등 마을공동육아 또한 주민간 유대와 건전한 육아교육 대안으로 떠오르며 대전형 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 창업한 마을기업들은 외형을 확대하면서 일자리까지 늘리고 있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자리잡은 예비사회적기업 '행복한나눔센터'. 지난 2011년 마을 기업으로 전환한 뒤 폐기물로 버려지는 현수막을 재활용해 가방이나 앞치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2~3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어느 새 10명 안팎으로 늘었다.

문국모 행복한나눔센터 대표는 "행복나눔 제품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단순히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것 뿐 아니라 재활용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이는데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도시형 마을기업 '도담도담 맘스클럽'과 농촌형 마을기업 '중세동 작목반', 문화형 마을기업 '장동쉬엄쉬엄' 등 대전시가 시범육성하고 있는 마을기업 또한 마을자원을 십분활용하며 소득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대전 곳곳의 아파트와 빌딩 옥상은 유기농 채소 농장으로 변모했다. 놀고 있는 아파트 옥상공간을 활용한 '스카이 팜'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주민간 접촉의 공간으로서, 경제생산 현장으로 새롭게 거듭난 것이다.

현재 학교, 공공기관, 사회복지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건물 옥상 45곳이 텃밭으로 바뀌어 채소농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시의회 옥상동에 마련된 120㎡ 규모의 옥상텃밭에도 지난달초 모종이 이뤄졌다. 텃밭동호회원들은 근무시간 이외의 점심시간과 휴일 등을 이용해 농작물을 가꾸고 있는데 이곳에서 재배한 농산물 중 일부를 푸드뱅크에 기부해 나눔의 가치도 실천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전시 중구 유천2동 주민센터는 옥상텃밭에서 재배한 친환경 무공해 농작물을 수확해 이를 반찬으로 만들어 지역 저소득층 주민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하을호 대전시 일자리담당은 "152만 대전시민 모두가 '더불어 사는' 민주적 공동체 문화풍토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생산성을 높여 시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대전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자본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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