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경산의 한 고등학생 자살을 계기로 또다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 현장과는 맞지 않는 탁상행정으로 기존 대책의 재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총리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았다.
학교 내 주요 진입 동선과 우범지역 등에 고화질 CCTV를 확대 설치하고 학교 내 경비실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정부 관계자는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1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CCTV를 추가 설치하고 현재 전체 학교의 32%에만 설치돼 있는 경비실을 2015년까지 86%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단체와 현장의 교사들은 한결같이 이런 대책으로는 절대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사각지대를 낳을 수밖에 없는 CCTV 확대 설치 안에 강하게 비판했다.
임종화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마치 코미디 같다. 아이들이 CCTV나 경비의 순찰이 없는 곳에서 때릴 게 빤하다"고 말했고 이재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본부장 역시 "한 학교에 몇 백 대의 CCTV를 설치하지 않는 이상 사각지대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정부가 학교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교육구조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하는데 편의주의적 발상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교사들은 CCTV의 한계를 이미 느끼고 있었다.
서울 동작구의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한 교사는 "영상을 분석하거나 모니터링하는 인력이 없어 학생이 CCTV 앞에서 맞고 있어도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종로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도 "누군가 CCTV를 계속 지켜보거나 피해 학생이 폭행 사실을 신고해야만 교내에서 폭력이 일어난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늘 마주치는 교사가 대책에서 배제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경찰청과 관료ㆍ교수가 정책을 만들다 보니 정작 현장의 교사가 빠졌다"고 평가했고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가 학생ㆍ학부모와 충분히 상담ㆍ협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듦과 동시에 학교폭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연수나 교육 등을 제공하는 방향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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