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치권의 실천의지다. 대선 이후 지난 5월까지 세 차례나 임시국회가 열렸음에도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여야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양당 원내대표 또는 협의체 간 의견접근을 이뤘음에도 개개 의원들이 특권을 내놓지 않겠다며 버티면서 법안처리는 번번이 무산됐다. 민생과는 관계없는 양당의 힘겨루기와 법안 일괄타결 전략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 특권 버리기가 은근슬쩍 묻혀버렸다. 이번에는 여야 최고책임자들이 만난 만큼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버려야 할 기득권의 대상도 더 늘어나야 한다. 정치쇄신 공약 중 면책ㆍ불체포특권 제한과 의원수당 감축 등에 대해서는 여야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올해와 지난해 이뤄진 민주당과 한 민간업체의 설문조사에서 각각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 두 가지 특권이 모두 건재한 것이다. 이대로 둔다면 방탄국회와 일하지 않고 세비만 축내는 의원을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국민들의 뜻에 부응해 좋은 정치, 자랑스러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도 "황 대표와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양당은 대표의 다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법안통과라는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게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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