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의 인프라 격차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역 문화 함양'이라는 취지로 전국 곳곳에 세워진 문예회관의 공연실적도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 수요 인구가 집중된 서울과 부산 등 수도권·대도시 지역 문예회관에 공연일수가 집중된 반면 상당수 지방 소재 문예회관들의 공연실적은 저조했다.
문예회관의 공연일수를 17개 지역별로 살펴본 결과 서울 소재 16개 문예회관의 평균 공연일수가 229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10곳의 문예회관이 설립된 부산이 222일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고 제주(2곳) 169일, 대구(9곳) 147일, 대전(3곳) 142일, 경기(27곳) 122일, 인천(8곳) 112일, 울산(4곳) 109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8개 지역의 평균 공연일수가 100일 이상이었지만 절반 이상인 9개 지역은 평균 공연일수가 100일 미만이었다. 문예회관이 1곳뿐인 세종이 19일로 집계됐고 충북(13곳) 45일, 강원(19곳) 47일, 전남(19곳) 50일, 충남(15곳) 51일, 경북(25곳) 58일, 경남(19곳) 69일, 광주(7곳) 94일, 전북(1곳) 96일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평균 공연일수가 100일 이상인 8개 지역의 전체 문예회관 수는 79곳으로 100일 미만인 9개 지역(134곳)의 2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방 회관 상당수가 공연을 올리기 어려운 인프라를 갖췄거나 기획력이 달린다는 이야기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시장실태조사팀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대형 라이선스 작품이나 공연을 수용하기에 규모나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지방자치단체별로 문예회관을 갖고 있긴 하지만 회관별로 활발하게 문화공연을 유치하고 올리는 곳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곳도 많아 지역 간 격차가 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간은 물론 지역 내 격차도 심각한 문제다. 공연일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지역의 경우 총 16곳의 문예회관 중 공연일수가 700일이 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7곳은 100일 미만을 기록했다. 지역 내에서도 거점기능을 하는 대형 문예회관이 활발하게 공연을 기획하는 반면 인근 구(區)의 중소형 회관들은 한 달 공연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콘텐츠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소형 문예회관은 관람객 기근에 시달리고 지역 내 대형 문예회관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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