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표된 한중 간 공동발표문은 김정일 사망이라는 변수에도 소통을 강화해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공동발표문은 한중 정상 간의 9번째 만남 등을 고려한 듯 9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중국에서 숫자 9는 ‘오래, 길게’를 뜻하는 주(久)와 같은 음으로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8자와 함께 묶어서 사용돼 98은 ‘주파(久发ㆍ오래 돈을 벌다)’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 우방궈 상무위원장 등 중국 지도부는 이날 공동발표문에서 한중 간 미래지향적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다져 오는 2015년 한중 교역 3,0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한중은 공동발표문에서 김정일 사후 문제가 제기됐던 소통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005년 설치돼 먼지만 쌓였던 한중 핫라인을 활성화하고 외교차관회의 등 소통채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중 양국 정상 간 소통 문제의 해법이 정상 간 핫라인이 아닌 외교장관 간 핫라인 재가동으로 대체된 점은 아쉽다. 조세영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은 “(김정일 사후) 소통강화를 위해 합의했던 내용이고 발표문에 넣음으로써 실행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발표문에서 양국은 남북통일과 양안 문제 등 국가적 과제에 대해서도 상대국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했다. 6자회담과 비핵화 등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을 9개 합의내용 중 8번째로 기재하기도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현안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2005년 이후 8년을 끌었던 한중 FTA 협상 개시를 한국의 국내 절차 이후 늦어도 3월에는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한미, 한ㆍ유럽연합(EU) 등과 달리 1단계ㆍ2단계로 나눠 농수산물ㆍ섬유 등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협상 개시 이후에도 양국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신에너지ㆍ신소재 등 중국의 7대 전략적 신흥사업과 녹색기술ㆍ첨단융합업종 등 한국의 17개 신성장동력산업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데 양국이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한중 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한 목소리로) 자유무역을 주장해왔다”며 “2012년 무역 2,000억달러 달성 목표를 이미 지난해에 넘어선 만큼 2015년 3,000억달러 목표도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서 조기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제주도에 총영사관을 설치하는 데 합의해 중국 관광객의 제주도 방문을 확대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은 16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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