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사진) UC버클리 교수가 한국이 세계적인 수요위축으로 '나쁜'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디플레이션 억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한국은행이 16일 발간한 '디플레이션과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한국과 같은 수출중심의 '따라잡기' 성장(전략)은 이제 끝났다"며 "세계적인 수요부족으로 한국에서도 수요위축 문제가 나타나고 있고 이는 '나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국제통화기금 수석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과 피터슨국제연구소 자문교수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은 경제연구원 해외고문을 맡고 있을 만큼 대표적 '지한파'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두 종류가 있다고 분석했다. 1873년과 1993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이 같은 디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반면 1930년대 미국과 1990년 일본의 경우는 수요감소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 같은 '부채(debt)' 디플레이션이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일본의 성장 경로를 따랐던 한국과 중국은 이제 일본과 같은 인구감소에 기인한 디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요 측면에서 기인한 디플레이션의 경우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선제적 안내, 고환율 정책 등을 통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이 저해되면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디플레이션 대응과정에서 내렸던 금리를 향후 정상화할 때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장과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이 금리상승에 미리 대비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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