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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의 교육이데아] K컬처 열풍 이어갈 인재 양성법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소비 넘어 교육 이뤄져야 세계표준 돼

K컬처 글로벌인재 국내 적극 유인

양성 체계화, 소프트파워 확산시켜야





역사상 우리 문화가 이처럼 여러 영역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싶다. 음악과 드라마·영화·뷰티·음식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쾌거가 들린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지난해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를 신설하고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를 장관급 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브리핑한 것을 보니 글로벌 K팝 팬들의 소비를 진작하는 사업은 다양한데 ‘양성’이 보이지 않는다.

인재 확보 시스템에는 ‘발탁’과 ‘양성’이 있다. 발탁은 오디션·경합으로 검증된 재능을 빠르게 발굴·선발하는 방법으로 비즈니스적으로 가성비는 좋다. 양성은 잠재력과 열정 있는 새싹들의 재능이 발현되도록 키워내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 단기 사업성은 약해 보이나 중장기 영향력은 훨씬 더 크다.

모든 시대와 사회에는 저마다 향유한 문화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로컬에서만 유행되고 글로벌 보편화가 되지 않았다. 문화들이 소비되는 시스템에 그쳤기 때문이다. 18~19세기 유럽 음악이 ‘클래식’이라는 장르로 전 세계 음악교육의 표준이 되고 르네상스가 짧은 전성기를 넘어 미술사의 기준으로 남은 것은 그 문화를 소비만 하지 않고 각국 초중고 교과서에 들어가서 배우도록 양성됐기 때문이다. 악보 체계와 교육과정, 평가와 전승의 언어가 제도화되면 특정 지역 문화는 유행을 넘어 표준이 된다.



발탁은 소수에게만 기회가 집중되고 많은 탈락자들은 낙오된다. 양성이 체계화되면 K컬처는 발탁이라는 좁은 문에 갇히지 않는다. K팝도 작곡·편곡·안무·사운드·무대기술·영상·서사·교육·비즈니스·언어·팬덤 커뮤니티까지, 산업 전체에 수천 개의 전문 경로가 생긴다. 탈락이 실패가 아닌 방향 전환이 된다.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수상 낭보가 연일 들린다. 작곡가이자 가수 이재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10년 이상 연습생으로 있었지만 끝내 탈락한 소위 ‘망돌(망한 아이돌 지망생)’이었다. 많은 연습생들이 훈련 때문에 학교를 중퇴하는데 이재는 국내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국제바칼로레아(IB) 음악 심화과목으로 작곡을 포함한 음악 전반에 대해 체계적 교육을 받았다. 그런 시간이 현재 영광의 발판이 되었으리라.

이제는 전 세계 어린이들도 K팝을 따라 부르고 K푸드를 먹으며 K드라마에 빠져들고 K뷰티에 열광한다. 이들이 K컬처를 소비만 하지 않고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면 이들은 K컬처 산업 종사자가 아니라도 세계 곳곳에서 친한파·지한파가 될 것이다. 양성은 K컬처의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확산·지속 가능하게 한다.

역사상 문을 닫아걸고 흥한 문화는 없었다. 예전의 글로벌화는 우리가 세계로 나가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문을 열고 세계 인재들을 받아들여 우리 문화를 교육시켜보자. 그러려면 초중고 학생 비자를 열어야 한다. 국제공인 K컬처 학교는 졸업 후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대학도 진학 가능해 각국의 우수하고 열정적인 인재를 유인할 것이다. 과거는 보존하되 현재는 끊임없이 도전·혁신해야 더 나은 미래가 열린다. 이재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처럼 앞으로는 모두에게 리젝트(reject)가 리디렉션(redirection)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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