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게시판에 이재명 대통령 암살 글을 쓴 10대 청소년이 구속됐다. 이 청소년은 KT 사옥과 철도역, 언론사 등에도 폭탄 테러를 예고하는 등 연쇄 허위 신고(스와팅) 주범으로 밝혀진 가운데 가운데 음성채팅 플랫폼 디스코드가 범행 온상지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경기 분당경찰서는 분당 KT 사옥에 폭탄 설치 협박 글을 작성한 10대 A 군을 공중협박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A 군은 지난 5일 KT 휴대전화 개통 상담 게시판에 “분당 KT 사옥에 폭탄을 설치해놨으며 오후 9시에 폭파할 예정”이라며 “100억 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칼부림하겠다”는 글을 쓴 혐의를 받는다.
문제는 A 군이 타인의 명의로 글을 쓴 것처럼 행세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악의적인 의도로 공권력을 출동시키는 ‘스와팅’ 범죄다. A 군은 디스코드에서 활동하던 중 다른 이용자와 불화가 생기자 그를 괴롭히기 위해 명의를 도용해 폭파 협박글을 작성했다. 해당 이용자의 범행이라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토스뱅크 계좌번호를 남겨두기도 했다.
A 군의 협박은 KT 외에도 운정중앙역(9일), 강남역(9일), 부산역(10일), 천안아산역(11일), SBS(11일), MBC(11일) 등 지역·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해 9월 119 신고 게시판에 이 대통령 암살글을 올린 정황도 포착됐다. 이 대통령 암살 협박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사해 온 사건으로 A 군 외에도 다른 공범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A 군은 다중이용시설이나 학교 등을 대상으로도 추가 범죄를 자백했지만 증거가 없어 송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 군의 협박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이뤄진 이유는 본인인증 절차가 없는 웹사이트만을 골라 무차별적으로 폭파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해외 가상사설망(VPN) 우회로 해외 IP를 상시 사용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스와팅은 미국 경찰특공대(SWAT)에서 유래한 단어로 테러 등 위급한 상황을 허위로 신고해 경찰 등 공권력의 출동을 유도하는 행위다. 스와팅이 먼저 유행하기 시작한 미국에서는 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대하는 사람을 골탕먹이기 위해 이뤄졌다. 타냐 추트칸 판사, 잭 스미스 특검 등 트럼프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지 않거나 트럼프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은 이들의 주거지에 경찰 특공대를 허위로 출동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디스코드를 이용해 주로 스와팅 범죄가 일어난다.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면서 실명·계좌번호·집 주소 등 상대의 인적 정보를 확보한 10대 청소년들이 ‘박제방’을 이용하며 허위 신고를 모의하는 방식이다. 디스코드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 플랫폼보다 추적이 어렵다. 앞서 이달 8일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정수기 업체인 코웨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초월초등학교 정수기에 독을 탔다’고 협박한 B 군을 체포했는데 B 군도 디스코드 대화방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천문학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는 등 인력이 낭비될 뿐 아니라 협박 대상이 된 사옥과 공공기관 근로자, 이용 시민들도 일시 대피해야 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최근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에게 1256만 7881원을,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게시물을 올린 20대 남성에게 5505만 1212원을 손해배상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배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을 괴롭히기 위해 공권력을 이용하는 행위가 청소년 사이에서 놀이처럼 유행하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의자가 잇달아 검거되는 만큼 범죄의 중대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j@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