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12·3 내란은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비해 훨씬 크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념을 해쳤다”고 질타했다. 한 전 총리는 증거인멸을 이유로 법정구속됐다. 헌정 사상 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법정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등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을 ‘12·3 내란’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린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원이 한 전 총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한 만큼 다음 달 19일 선고 예정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출된 권력이 군과 공권력을 동원해 발동한 시대착오적 비상계엄으로 인해 한국 민주주의가 입은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다.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 선포는 민주주의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렸고 사회 혼란과 갈등을 부추겨 심각한 국가적 퇴행을 초래했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제지해야 했지만 되레 적극적으로 도와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국민의 충복이어야 할 주요 공직자가 내란을 막기는커녕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하며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선 것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손상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가를 정상 궤도로 다시 진입시키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망상적 허구에 매달리는 정치 세력과 그 지지자들도 이번 판결을 직시해야 한다. 법원은 남은 재판에서도 민주주의 질서 훼손과 헌정 파괴 행위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법리와 원칙에 입각해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