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특성상 병원 갈 시간이 없을 때 유용했는데 이제는 장애인, 섬 지역, 재진 환자 등만 진료받을 수 있다니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졌네요.”
2023년 6월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며 대상이 ‘30일 내 동일 증상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재진 환자’로 대폭 제한되고 약 배송마저 금지됐을 때 쏟아진 리뷰 중 하나다. 허용 범위 축소에 따른 혼란은 환자의 불편으로 직결됐고 30여 개에 달하던 플랫폼 중 과반수가 문을 닫거나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언론은 정부가 신성장 동력의 불씨를 꺼뜨렸다고 비판했다.
국민 불편이 가중되자 정부는 야간·휴일 초진 확대를 거쳐 2024년 2월 의정 갈등 여파로 전면 허용을 재개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돼 올 연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6년 만에 이뤄낸 제도적 결실이지만 현장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시행령이라는 ‘디테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진 중심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초진 비대면 진료를 동일 지역 내 의원으로 한정하고 처방 의약품과 처방 일수를 최대 7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환자의 의료 이용 행태와 현장의 목소리를 간과한 설계다. 상급병원에서 당뇨약을 처방받거나 주기적으로 동네 의원에서 탈모약을 복용하는 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에 다니던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운영하지 않아 다른 병원을 찾는 순간 그 환자는 ‘초진’으로 분류된다. 늘 먹던 약이지만 ‘행정적 초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방일수가 제한된다. 결국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일수록 제도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렵게 된다. 다니던 병원이 적극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모든 국민은 실질적으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6년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최대 90일까지 처방이 가능했고 그동안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럼에도 안전성을 명분으로 일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비대면 진료의 문턱을 높일 뿐이다.
결국 비대면 진료의 궁극적 목표는 경증 환자는 비대면으로 흡수하고 대면 진료는 중증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건강한 의료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외래 진료 중 비대면 비중이 0.2~0.3%에 불과한 초기 단계부터 강력한 일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제 막 싹을 틔운 제도의 성장을 가로막고 환자들의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고 해서 대면 진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니라 의료 데이터 연계, 과잉 처방 모니터링 등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인프라 우선 전략’이다. 당뇨 등 만성질환의 반복 처방까지 고위험 증상의 초진과 동일하게 묶어 제한하는 기계적 규제는 재검토가 필요하고 일본 등 주요국과 같이 원칙은 지키되 유연함을 잃지 않는 설계가 필요하다. 2026년 12월 우리가 마주할 비대면 진료가 형식적인 제도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법제화의 목적이 통제가 아닌 편익에 있다면 시행령은 국민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벽이 아니라 안으로 포용하는 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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