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문화유산인 종묘 앞의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과 관련하여 국가유산청과 서울특별시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의 고층 건물 재개발이 종묘의 경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선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변경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서울특별시의회가 2023년 9월에 의결하여 10월에 개정·시행한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에 대한 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뒤에 내린 조치다. 대법원은 서울시의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으나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법상 유산 보호가 우선임을 내세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자의적이고 일관성이 없다’고 반발하며 높이 제한 기준을 대폭 상향(최고 145m)하는 변경 고시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개발의 가치 충돌로 인한 법적·제도적 논쟁이 계속되며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으로 세운4구역 재개발이 안갯속인 가운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의 주택 공급물량 감소를 중앙정부가 아닌 서울시 탓으로 돌리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구성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위원회’는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장위 재정비촉진지구를 방문하여 주민들에게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 주택공급은 사업시행과 착공 기준으로 지난 10년 평균 주택공급량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들은 또한 “신속통합기획은 지구지정을 위한 정책일뿐 본단계 사업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다”, “오세훈 시정 기간 민간 재개발과 공공 재개발 모두 추진되지 않아 공급 절벽이 초래됐다”는 등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주택 공급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것은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주요 아파트 공급 수단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인데 과거에 있었던 389곳의 정비구역 해제는 모두 전임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정비사업은 구역지정부터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인가 등 많은 절차를 거쳐 평균 15년 이상이 소요된다. 박 전 시장은 역사·문화적 보전가치를 이유로 도시 재생 활성화를 강조하며 2011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정비구역을 다수 해제하였다. 따라서 현재의 주택공급 부진은 이 시기의 정비구역 해제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 시장이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은 신속한 구역지정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시행 단계의 인·허가 절차도 단축시키는 신속통합기획 2.0을 발표했다. 결국 신속통합기획은 정비사업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반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신속통합기획은 지구지정만을 위한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볼 수 있다.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이 시작된 2021년부터 꾸준히 재개발 후보지를 선정하고 정비구역 지정 확대를 추진해왔다. 또한 서울시가 공공 재개발을 억제한 적도 없다. 공공재개발은 사업성 부족, 주민간 갈등 등으로 사업추진이 어려운 곳의 시행을 LH나 SH 등이 맡을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로 이 사업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현재 정비사업의 추진이 더딘 것은 정부의 정책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후 현재까지 4차례의 부동산·금융대책을 발표하면서 규제를 강화했다. 서울시 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조합원 지위양도를 불가능하게 했고 이주비 대출한도를 축소하여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현장에서는 주민동의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국가유산청은 종묘 앞 세운4구역처럼 세계유산 영향평가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여 인근 지역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6월 3일에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제는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정비사업을 정치수단으로 활용하고 다툼의 중심에 두어서는 안된다. 정부와 서울시, 국회와 지방의회 모두 안정적이고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시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다.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대진대학교 법학 학사
·법률사무소 실장
·성북구의회 의원(5~7대)
·현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11대, 성북구 제4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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