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2023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중단했던 전기차 지원금 프로그램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유럽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환경부 장관은 30억 유로(약 5조 2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제도를 재시행한다고 밝혔다. 보조금은 가구 규모와 소득에 따라 1500유로(약 258만 원)에서 최대 6000유로(약 1034만 원)까지 책정됐다. 독일 환경부는 올해 초 구매분부터 소급 적용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2029년까지 보조금 제도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80만 대의 신차 구매 또는 리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독일 측이 보조금 지원에 국가별 차등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비야디(BYD) 등 저가 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 전기차들도 독일차와 동일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 정부는 자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BYD는 지난해 독일에서 약 2만 30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8배 증가했지만 시장점유율은 소수점 단위에 머물러 있다. 슈나이더 장관은 “독일에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대거 유입될 거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경쟁에 정면으로 맞서며 어떤 제한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가 완화되는 추세인 만큼 독일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은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유럽 수출 시 특정 가격 아래로 판매하지 않겠다는 하한선을 설정하는 이른바 ‘가격 약정’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이 본격 시행될 경우 기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매겨온 최고 45.3% 관세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정부의 결정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대조를 이룬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을 문제 삼으며 각종 지원 제도에서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도입한 영국은 명시적으로 중국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제조 과정에서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을 요구하는 형태로 사실상 중국차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프랑스도 2024년 시작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에서 제조되는 차량을 대거 제외했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의 급격한 성장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는 뛰어난 가성비를 내세워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는 중이다.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2.8%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포인트 뛰어올랐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4년 유럽에 수입된 전기차 중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epys@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