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메건 맥아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美이민국 총격 따른 여성 사망 두고

'요원 주장 옹호' 보수 납득 어려워

사건 단정 행정부 불신이 더 큰 문제





“누가, 누구를?” 이는 블라디미르 레닌에게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표현으로 모든 원칙을 배제한 채 오로지 권력만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을 시사한다. 권한 혹은 권력의 행사는 추상적인 규칙에 의해 정당화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사람이, 올바른 사람을 위해, 잘못된 사람에게 행할 때 정당화된다는 논리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정부 권력이 국민의 동의에 기반을 두는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 경찰 국가를 위한 공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주의국가에서도 ‘누가, 누구를?’식의 사고방식이 툭하면 튀어나온다.

2012년 법학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202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민감한 시설에서의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을 제공받은 후 경찰의 시위 해산이 정당했는지 판단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절반에게는 낙태 반대자들이 낙태 시술소 앞에서 벌인 시위를 보여줬고 나머지에게는 대학취업지원센터 앞에서 군 모병관들이 면접을 진행하는 동안 동성애 군인들에 대한 군의 ‘불문부답’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 영상을 틀어줬다. 실험 결과는 놀랍다기보다는 실망스러웠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성향의 사람들과 불문부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찰이 낙태 시술소에서 시위대를 몰아낸 것은 정당하지만 모병 사무실 앞에서의 시위 해산 조치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이와 반대되는 견해를 가진 참가자들은 같은 사실에서 출발했음에도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카일 리튼하우스 사건과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 의한 미니애폴리스 여성 총격 사망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런 실험의 실사판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이와 관련한 논쟁들은 동일한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본 사람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를 맹렬히 비난하고 증오하는 극단적인 대립 양상으로 전개됐다. 불완전한 인간은 ‘누가, 누구에게’라는 사고의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경찰은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누군가 집 안에 들어왔을 때 그가 경관인지 여부부터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법을 위반한 중서부 지역의 할머니를 마약 카르텔 조직원처럼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필자는 ICE 요원들의 차를 가로막는 행위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총격 사살의 근거가 될 수 없다. ICE 작전이 필요했는지 부도덕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르네 굿이 현장에서 도주하려던 것인지, 연방 단속 요원의 명령에 불복한 것인지조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ICE 요원이 르네의 차량 번호판을 사진으로 찍어 놓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그의 집으로 찾아가 체포할 수도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시 ICE 요원이 르네가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진심으로 믿었는가다.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이후에 그랬던 것처럼 경관이 선량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에 관한 논쟁으로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공공질서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 때문에 경찰 예산 삭감은 정도에서 벗어난 운동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경찰 권한 규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경관의 지시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격을 당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한다.

우리는 경찰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아줄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따라서 법 집행관들은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며 늘 틀리기만 하거나 항상 옳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선 치안 요원들 가운데에는 악한 자들 혹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자들이 더러 섞여 있기 마련이고 이 때문에 가끔 비합리적인 총격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공공의 안전과 경찰의 적법성을 위해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여러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두 눈으로 직접 봤으면서도 르네가 그의 차량으로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조너선 로스의 주장을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보수주의자들의 확신을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이것이 최종 결론은 아니다. 추가 조사와 더 많은 새로운 영상이 세부적인 사실을 추가로 드러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에서 누가 잘못했는가를 두고 우리의 의견은 극단적으로 갈려 있다. 이처럼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가 선행돼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2~3시간 만에 르네를 ‘내부 테러리스트’로 단정한 트럼프 행정부에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 판단하도록 믿고 맡길 수가 없다. 그리고 필자에게는 정부에 대한 이 같은 불신이 르네의 사망보다 더 큰 문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