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 8시간이나 앉아있었으니 하와이에 대한 첫 인상이 솔직히 좋지는 않았어요.”
크리스 고터럽(27·미국)은 2년 전 루키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러 하와이 호놀룰루를 찾았다. 대회 출전도 바랐지만 끝내 소니 오픈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난해 대회는 2라운드 뒤 컷 탈락한 탓에 참가에 의의를 둬야 했다. 당시 고터럽은 세계 랭킹 200위권의 그저 그런 선수였다. 올해 하와이는 고터럽에게 ‘약속의 땅’이 됐다. 19일(한국 시간) 호놀룰루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에서 끝난 2026시즌 개막전 소니 오픈에서 고터럽은 최종 합계 16언더파 264타로 2위 라이언 제라드(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63만 8000 달러(약 24억 원)를 손에 넣었다. 투어 통산 3승째로 2024년부터 매년 1승씩 올리는 착실한 페이스다.
2024년 5월 머틀비치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거뒀지만 하위권 선수들만 출전한 대회여서 그다지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고터럽은 지난해 7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우승으로 스타 탄생을 알렸다. 세계 랭킹 1·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강자들이 대거 출전한 대회였고 특히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 대결에서 매킬로이를 2타 차로 따돌려 더 값진 우승이었다.
올해는 출발부터 우승이다. 세계 랭킹이 28위에서 17위로 껑충 뛰면서 개인 최고 랭킹을 기록했고 작년부터 최근 12개 출전 대회에서 2승을 올리는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2024년 이후 투어에서 3승 이상은 고터럽이 여섯 번째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고터럽은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나 줄여 역전극을 완성했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각각 세 번, 두 번만 놓치는 등 샷 정확성이 절정이었고 벙커에 빠지고도 파나 그보다 좋은 스코어를 내는 샌드 세이브는 100%(2/2)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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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선두 데이비스 라일리(미국)와 거리가 3타로 벌어졌지만 라일리가 6~8번 홀 보기·보기·더블 보기로 흔들리는 틈을 고터럽은 놓치지 않았다. 7·9번 홀 버디로 역전 우승에 시동을 걸었고 12·13번 홀(이상 파4)에서는 각각 6m, 8m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신바람을 냈다. 17번 홀(파3) 3m 남짓한 버디로 3타 차를 만든 고터럽은 주먹을 불끈 쥐며 우승을 확신했다.
인터넷에서는 이날 고터럽이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친 아이언 티샷이 화제가 됐다. 얼마나 낮게 깔아 쳤는지 정점에 도달했을 때 지면에서 높이가 9m도 안 됐다. 그런데도 279야드나 나갔다. 넉넉히 파를 잡고 고터럽은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12년 동안 즐겨한 라크로스(필드하키와 유사한 종목)가 골프 스윙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고터럽은 다양한 브랜드의 클럽을 ‘짬뽕’해서 쓰는 대표적인 선수기도 하다. 드라이버는 핑, 페어웨이 우드는 테일러메이드, 아이언은 브리지스톤, 퍼터와 볼은 각각 테일러메이드와 브리지스톤 제품을 사용한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2023년 이 대회 우승자인 김시우가 10언더파 공동 11위(상금 3억 2000만 원)로 제일 잘했다. 전반에 4타나 줄여 역전 우승 기대까지 품게 했으나 후반 보기 2개가 뼈아팠다. 1타 차이로 톱10을 놓쳤다. 1부 투어 복귀전에 나선 김성현도 9언더파 공동 13위로 잘했다. 김주형은 2언더파 공동 61위다.
다음 대회는 22일 캘리포니아 라킨타에서 개막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다. 세계 1위 셰플러의 시즌 첫 출전 대회다. 한국 군단 에이스 임성재도 이 대회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임성재 측은 “최근 연습장에서 샷 연습을 하다가 오른손에 저릿한 느낌을 받았고 검사 결과 인대가 놀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2월 첫 주에 있을 피닉스 오픈이나 그다음 주 AT&T 페블비치 프로암이 첫 출전 대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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