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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월세 시대'의 강남 단칸방





“둘이 누우면 꽉 찼고, 문을 열면 바로 방이었다.” 박완서의 소설 ‘도시의 흉년’에 나오는 단칸방 이야기다. 과거 단칸방은 가난의 상징만은 아니었다. 성공담 속 단칸방에는 늘 희망이 따라붙었다. 가장 싸고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신축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단칸방이 등장했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40만 원. 원룸이 아니다. 방 3개짜리 전용 59㎡ 아파트에서 3평 남짓한 방 하나다. 집주인과 함께 살며 주방과 거실을 나눠 써야 한다. 여성만 가능하다는 조건도 붙었다. 부동산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학군 수요를 겨냥한 매물이라는 분석도 나왔고 “사실상 하숙에 월 140만 원은 과하다”는 말도 뒤따랐다. “잠원동 신축 아파트의 교통과 커뮤니티를 누린다면 나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값비싼 월세를 둘러싼 강남식 계산법이다. 이 낯선 실험은 서울 임대 시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전월세 계약 중 월세 비율은 65%. 2021년 46%였던 수치가 불과 3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 빌라와 연립 같은 비아파트 주택에서는 월세 비율이 훨씬 높다. 월세 가격 상승은 더 무섭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31.2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월세 상승률이 전셋값 상승률을 앞지른 것도 처음이다. 정부의 실거주 의무 강화와 전세대출 규제가 세입자들을 월세로 밀어낸 결과다. 월세가 오르고 다시 월세로 내몰리는 악순환이다. 전세가 줄고 비싼 월세가 늘어나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예비 매수자들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한때는 단칸방에서 희망을 키웠다. 지금은 강남 아파트의 작은 방 한 칸에 월 140만 원을 매긴다. 이러다가는 강남의 베란다에도 월세 가격표가 붙을지 모를 일이다.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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