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정부가 발주하는 1조 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안정적인 수익처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동아줄’처럼 내려온 공공 발주 물량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산업 기여도와 안정성 평가가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한국전력거래소가 주관하고 있는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에 모두 제안서 및 증빙 서류를 제출했다. 최종 결과는 심사를 거쳐 다음 달 중순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ESS 중앙계약시장은 전북·전남·강원·경북·제주 등 전력계통 부족 문제를 겪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 저수지’ 역할을 하는 ESS를 도입하기 위한 제도다. 낙찰자는 15년간 일정한 가격으로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전기를 충전·공급하게 된다. 총 540㎿ 규모로 1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540㎿는 서울시 평균 가구 전력사용 기준으로 동시에 약 13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ESS 입찰계약이 국내 배터리 3사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잇따른 전동화 사업 축소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ESS 경쟁력을 인정받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동일한 규모로 진행된 1차 입찰 시장에서는 삼성SDI가 76%를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2차 입찰은 배터리 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글로벌 ESS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2차 입찰은 1차 입찰 때와 기준이 달라졌다. 가격·비가격 평가 기준이 기존 60대 40에서 50대 50으로 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1차에서는 가격이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2차에서는 국내 산업 기여도, 안정성 등 비가격 요소가 부각됐다”며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3사가 공통적으로 꺼내든 카드는 ‘국내 생산’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연간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해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SK온 역시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국내 최대인 연간 3GWh 규모 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갖췄다.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에서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 대부분을 생산할 예정이다.
부품·소재 부문에서는 다소 차이가 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내세우고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양극재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부분 국내산 소재·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삼성SDI에 비해 산업 기여도 측면에서 아쉬운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도 1차 입찰 당시 삼성SDI의 압승 배경으로 부품·소재 조달 국가를 꼽고 있다. 다만 SK온도 이번 입찰을 위해 소재·부품의 국내 조달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과 화재 안정성 부문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저렴하고 열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삼성SDI도 일체형 ESS 솔루션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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